Bean Notes

구피스탠스 원두 노트

Filter ·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
Espresso · Decaf · 클라리멘토 로스터리
Coffee 101 ·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커피

원두 설명에 나온 품종, 가공, 고도 같은 말이 궁금하다면 여기서 하나씩 펼쳐 보세요.

01커피는 어디서 올까요

커피의 시작, 춤추는 염소 이야기

커피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져요. 아주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Kaldi)가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밤새 펄쩍펄쩍 뛰며 잠들지 못하는 걸 봤어요. 칼디가 이 열매를 근처 수도원에 가져가자, 수도사들이 열매로 음료를 만들어 마셨고 긴 밤 기도 시간에도 졸지 않게 됐다고 해요.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 이야기가 글로 처음 남은 것도 1600년대 후반이에요. 그래도 커피가 에티오피아 숲에서 시작됐다는 건 사실이에요. 에티오피아에는 지금도 숲에서 저절로 자라는 커피나무가 있어요.

커피는 과일의 씨앗이에요

커피콩은 커피나무 열매(커피 체리) 속 씨앗이에요. 그래서 살구, 베리, 자두처럼 과일 같은 향과 맛이 나는 커피가 많아요. 산미는 상한 맛이 아니라 잘 익은 과일의 새콤함이에요.

커피나무가 첫 열매를 맺기까지

커피는 씨앗을 심는 데서 시작해요. 씨앗을 묘판에서 싹 틔워 6개월~1년쯤 키운 뒤 밭에 옮겨 심어요.

옮겨 심은 나무가 처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려요. 다만 첫해 열매는 양이 적고, 농부가 기대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수확하려면 심고 나서 5~7년은 지나야 해요. 그 뒤로 20~30년 정도 꾸준히 열매를 맺어요.

꽃이 핀 뒤 열매가 빨갛게 익기까지도 아라비카는 8~9개월쯤 걸려요. 그렇게 나무 한 그루에서 1년에 얻는 생두는 보통 1kg이 채 안 돼요. 커피 한 잔 뒤에는 이렇게 긴 시간이 있어요.

커피나무에서 한 잔이 되기까지

손님 앞의 커피 한 잔은 아주 먼 길을 거쳐 와요.

1. 수확 —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따요. 한 나무에서도 열매가 익는 속도가 달라서, 좋은 농장은 잘 익은 열매만 골라 손으로 여러 번 나눠 따요.

2. 가공 — 딴 열매를 바로 가공해요. 워시드, 내추럴 같은 방식으로 열매에서 씨앗을 꺼내고 발효시켜요.

3. 건조 — 씨앗의 수분을 10~12% 정도까지 천천히 말려요. 너무 빨리 말리거나 덜 마르면 맛이 상해요.

4. 탈곡과 선별 — 마른 씨앗의 껍질(파치먼트)을 벗기면 초록색 생두가 나와요. 크기와 무게로 나누고, 벌레 먹거나 깨진 콩을 골라내 등급을 매겨요.

5. 수출과 수입 — 생두를 포대에 담아 배로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바다를 건너요. 그 사이 여러 번 커핑을 하며 품질을 확인하고, 생두 수입 회사를 거쳐 로스터리에 도착해요.

6. 로스팅 — 로스터가 생두마다 가장 맛있는 지점을 찾아 볶아요. 볶은 원두는 안에 품은 가스가 빠지도록 며칠 쉬게 한 뒤에 써요.

7. 추출 — 마지막으로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아 드립이나 에스프레소로 내려요. 같은 원두라도 분쇄, 물 온도,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져서 매일 맛을 보며 맞춰요.

씨앗을 심어 첫 열매를 맺기까지 몇 년, 수확부터 한 잔이 되기까지 또 몇 달. 그 길 위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커피 한 잔이 만들어져요.

02생두 · 맛을 정하는 세 가지

생두의 맛을 정하는 세 가지

같은 커피인데 왜 이렇게 맛이 다를까요? 생두의 맛은 크게 세 가지로 결정돼요.

· 품종 — 어떤 커피나무인지예요. 사과도 부사와 홍옥의 맛이 다르듯, 커피도 게이샤, 74110, 카스티요처럼 품종마다 타고난 향과 맛이 달라요.

· 가공 방식 — 열매에서 씨앗을 어떻게 꺼내고 말렸는지예요. 워시드, 내추럴, 무산소 발효처럼 과정이 다르면 같은 생두도 다른 커피가 돼요.

· 떼루아(Terroir) — 커피가 자란 곳의 모든 환경을 말해요. 흙, 고도, 기온, 비와 햇볕, 바람, 그리고 그 땅을 가꾸는 농부의 방식까지 포함돼요. 와인에서 온 말이에요.

원두 정보에 산지·고도·품종·가공이 적혀 있는 건 이 세 가지를 알려 주기 위해서예요. 아래 항목들에서 하나씩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요.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품종보다 한 단계 큰 구분이 '종'이에요. 사람이 마시는 커피는 크게 세 가지 종이 있어요.

· 아라비카(Arabica) — 전 세계 커피의 약 60%예요. 서늘한 고지대에서 잘 자라고, 향이 풍부하고 산미와 단맛이 섬세해요. 대신 병과 더위에 약해서 기르기 까다로워요. 스페셜티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카고, 구피스탠스의 원두도 모두 아라비카예요. 아래의 티피카, 버번, 게이샤 같은 품종은 모두 아라비카 안에서 나뉜 거예요.

· 로부스타(Robusta) — 전 세계 커피의 약 40%예요. 이름처럼 '튼튼한' 나무라 낮고 더운 곳에서도 잘 자라고 병에 강해요. 카페인이 아라비카의 약 두 배이고, 쓴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강해요.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많이 쓰이고, 베트남이 가장 많이 생산해요.

· 리베리카(Liberica) — 서아프리카에서 온 종으로, 나무가 아주 크고 콩도 커요. 생산량은 아주 적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 주로 길러요. 더위와 병에 강해서, 기후 변화 시대의 대안으로 다시 관심을 받고 있어요.

대표적인 커피 품종들

여기부터는 모두 아라비카 안의 품종이에요.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됐고, 그중 일부가 예멘을 거쳐 세계로 퍼지면서 여러 품종이 생겨났어요.

· 티피카(Typica) — 가장 오래된 재배 품종 중 하나예요. 예멘에서 인도로 건너간 커피를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자바로 가져갔고, 유럽의 식물원을 거쳐 중남미까지 퍼졌어요. 나무가 크고 열매가 적게 열려요.

· 버번(Bourbon) — 예멘의 커피가 프랑스 사람들에 의해 부르봉섬(지금의 레위니옹)으로 건너가 자리 잡은 품종이에요. 티피카와 함께 중남미 커피의 두 뿌리예요. 열매 색에 따라 레드 버번, 옐로 버번이 있어요. (이름이 비슷한 '핑크 버번'은 유전자 검사 결과 버번보다 에티오피아 토착종에 가깝다고 밝혀졌어요.)

· 모카(Mocha) — 원래 예멘의 항구 이름이에요. 옛날에는 커피가 이 항구를 통해 세계로 팔려 나가서, 예멘과 에티오피아 커피를 '모카'라고 불렀어요. 알이 작고 동그란 '모카' 품종도 따로 있어요. (초콜릿이 들어간 '카페 모카'는 이 이름에서 따온 음료예요.)

· 게이샤(Gesha) — 에티오피아 게샤 숲에서 온 품종이에요. 길쭉한 콩과 꽃 같은 향으로 유명하고, 지금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품종이에요.

· 파카마라(Pacamara) — 1958년 엘살바도르 커피연구소가 '파카스'(버번에서 생긴, 키가 작은 품종)와 '마라고지페'(티피카에서 생긴 아주 큰 콩 품종)를 교배해 만들었어요. 두 이름을 합쳐 파카마라예요. 콩이 아주 커요.

· 카스티요(Castillo) — 콜롬비아 커피연구소가 녹병에 강하도록 만든 품종이에요. 병에 강한 나무와 맛이 좋은 나무를 교배해서, 농부들이 안정적으로 기를 수 있게 했어요.

· 에티오피아 토착종(74110 등) — 에티오피아 숲에서 자라던 나무 중 연구소가 골라 번호를 붙인 품종들이에요. 이름 대신 번호로 불러요.

같은 품종이라도 어디서 누가 길렀는지(떼루아)와 가공 방식에 따라 맛은 또 달라져요.

게이샤는 어디서 왔을까요?

게이샤(Gesha)의 고향은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게샤(Gesha) 숲이에요. 1930년대에 이 숲에서 모은 커피 씨앗이 탄자니아의 연구소를 거쳐, 1953년 코스타리카의 연구소(CATIE)에 'T2722'라는 번호로 보관됐어요. 1960년대에 파나마 정부 관계자가 이 씨앗을 보케테 지역에 가져가 심었고요.

처음에는 녹병에 강해서 심은 나무였는데, 2004년 에스메랄다 농장이 이 나무의 열매만 따로 모아 대회에 내놓으면서 꽃 같은 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어요. 원래 이름은 숲 이름을 딴 '게샤'인데, 발음이 비슷한 '게이샤'로 더 널리 알려졌어요.

그래서 게이샤라고 다 같은 게이샤는 아니에요. 파나마 게이샤는 T2722 한 계통에서 퍼진 나무라 유전적으로 고르지만, 에티오피아에는 같은 숲 근처에서 자라는 토종 커피나무가 수없이 많아요. 그래서 에티오피아에서 '게이샤'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커피 중에는 파나마 게이샤와 유전적으로 다른 나무도 있어요. 품종 이름이 지역이나 숲 이름에서 온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일이에요.

품종 이름이 숫자인 건 왜예요?

에티오피아에는 이름 없이 숲에서 자라는 토종 커피나무가 수천 가지나 돼요. 연구소가 그중 좋은 나무를 골라 번호를 붙였고, 그 번호가 그대로 품종 이름이 됐어요. 74110, 74112처럼 앞의 '74'는 1974년에 모은 나무라는 뜻이고, 뒤는 연구소가 붙인 번호예요.

가공은 열매에서 씨앗을 꺼내는 과정이에요

커피 체리 안에는 씨앗이 두 개 들어 있고, 이 씨앗이 생두예요. 껍질, 과육, 그리고 씨앗을 감싼 끈적한 뮤실리지(Mucilage)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벗겨 내고 말리느냐에 따라 가공 방식이 나뉘어요.

· 워시드 — 체리 껍질과 과육을 기계로 벗겨 내요 → 씨앗에 붙은 뮤실리지를 물탱크에서 보통 하루~사흘 발효시켜 떼어 내요 → 깨끗한 물로 씻어요 → 건조대에서 말린 뒤, 씨앗을 감싼 얇은 껍질인 파치먼트(Parchment)를 벗겨요.

· 내추럴 — 체리를 열매째 건조대에 펼쳐요 → 골고루 마르도록 자주 뒤집으며 2~4주 햇볕에 말려요 → 바싹 마른 껍질과 과육을 한 번에 벗겨 내요.

· 허니 — 껍질과 과육만 벗기고, 뮤실리지는 씨앗에 남겨 둔 채 말려요. 뮤실리지를 얼마나 남기는지에 따라 옐로·레드·블랙 허니로 나눠요.

· 아나에어로빅(무산소 발효) — 체리나 과육을 벗긴 씨앗을 밀폐된 탱크에 넣고, 산소 없이 정해진 시간 동안 발효시킨 뒤 말려요.

· 카보닉 메서레이션 — 체리를 열매째 밀폐된 탱크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채워요 → 산소가 빠져서 발효가 아주 천천히, 조절하며 진행돼요 → 껍질 안에서 생긴 향이 씨앗에 스며들도록 며칠 두었다가 꺼내 말려요. 와인을 만드는 방법에서 가져왔어요.

가공 방식은 맛을 정해 주는 공식이 아니라 과정이에요. 같은 가공이라도 생두, 농장, 날씨, 발효 시간에 따라 결과는 모두 달라져요.

고도가 높으면 왜 좋아요?

커피에게 정말 중요한 건 높이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서늘한가'예요. 높이 올라갈수록 서늘해져서 열매가 천천히 익고, 천천히 익을수록 단맛과 산미가 더 촘촘하게 쌓여요. 그래서 고도가 높은 커피는 맛이 또렷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같은 2,000m라도 맛이 달라요. 고도 숫자는 서늘함을 짐작하는 힌트일 뿐이고, 실제 환경은 산지마다 달라요.

· 적도와의 거리 —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낮은 곳도 서늘해요. 하와이 코나는 해발 수백 m에서도 좋은 커피가 나지만, 적도에 가까운 케냐·콜롬비아·에티오피아는 훨씬 높이 올라가야 비슷한 서늘함이 나와요.

· 바람과 안개 — 파나마 보케테는 바루 화산을 넘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안개 덕분에 1,500~1,800m에서도 아주 서늘해요. 게이샤처럼 섬세한 커피가 잘 자라는 이유예요.

· 햇볕과 비 — 에티오피아 고원은 햇볕이 강하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요.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서 열매가 익는 리듬도 달라요.

· 흙 — 화산재가 섞인 흙(파나마, 과테말라, 콜롬비아 일부)은 영양이 풍부해서 맛에 또 다른 개성을 줘요.

그래서 원두를 볼 때는 고도와 함께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인지'를 같이 보면 맛을 더 잘 짐작할 수 있어요.

나라보다 농장이 중요해졌어요

예전에는 '콜롬비아 커피', '브라질 커피'처럼 나라 이름으로 커피를 불렀어요. 지금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느 지역, 어느 농장, 누가 어떻게 길렀는지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는 걸 더 중요하게 봐요.

왜 농장마다 다를까요? 바로 옆 농장이라도 산비탈의 방향, 그늘, 바람 같은 작은 환경(미세 기후)이 달라요. 그리고 농부가 어떤 품종을 심는지, 잘 익은 체리만 골라 따는지, 발효를 몇 시간 하는지, 얼마나 정성껏 말리는지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전혀 다른 커피가 나와요. 커피 맛의 많은 부분이 농장과 농부의 선택에서 결정되는 거예요.

농장 안에서도 랏(Lot)마다 달라요. 랏은 농장 안의 구역이나 수확 묶음을 따로 나눠 관리하는 단위예요. 같은 농장이라도 어느 비탈, 어느 높이에서, 언제 딴 체리인지에 따라 맛이 달라서, 좋은 농장일수록 랏을 섞지 않고 따로 가공하고 따로 팔아요.

대표적인 곳이 파나마 보케테의 에스메랄다 농장(Hacienda La Esmeralda)이에요. 게이샤 품종을 세상에 알린 농장인데, 하라미요·카냐스 베르데스·엘 벨로처럼 구역마다 이름을 붙여 따로 내놓아요. 해발 1,600~1,800m에서 자란 커피는 '프라이빗 컬렉션'으로, 그보다 높은 1,950m 이상에서 자라 평가 점수가 특히 높은 랏만 골라 '에스메랄다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경매에 붙여요. 같은 농장, 같은 품종이라도 더 높은 곳의 더 좋은 랏일수록 훨씬 비싸게 거래돼요.

그래서 원두 이름에 나라 → 지역 → 농장(또는 생산자) 순서로 정보가 붙어요. 예를 들어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는 콜롬비아의 엘 파라이소 농장, '에티오피아 구지 사키소'는 에티오피아 구지 지역의 사키소예요.

에티오피아처럼 작은 농가가 많은 나라에서는, 농장 대신 여러 농가가 체리를 모아 가공하는 '워싱 스테이션'이나 지역 이름이 붙기도 해요.

이렇게 어디서 누가 길렀는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걸 '트레이서빌리티(추적 가능성)'라고 하고, 좋은 커피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돼요.

G1, AA 같은 등급은 뭐예요?

생두를 크기와 결점(벌레 먹거나 깨진 콩)이 얼마나 적은지로 나눈 등급이에요. 에티오피아는 G1(Grade 1)이 가장 높고, 케냐는 AA처럼 콩 크기로 표시해요.

03로스팅

로스팅은 맛의 방향을 정해요

생두는 초록색이고 풀 냄새가 나요. 열을 받아 갈색으로 변하면서 비로소 커피 맛이 생겨요.

밝게 볶을수록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이 살아나요. 어느 산지에서, 어떤 품종을,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따른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요.

진하게 볶을수록 로스팅에서 생기는 쌉싸름하고 고소한 견과류 같은 맛이 커지고, 원두마다의 개성은 점점 비슷하고 단순해져요.

그렇다고 무조건 밝게 볶는 게 좋은 건 아니에요. 덜 볶이면 속까지 충분히 익지 않아서 풋내나 날카로운 신맛, 떫은맛이 남아요. 너무 많이 볶으면 원두의 개성이 탄 맛에 가려지고요.

생두마다 가장 맛있는 지점이 따로 있고, 그 타이밍을 찾아 맞추는 게 로스터가 하는 일이에요. 같은 생두라도 에스프레소로 마실지, 드립으로 마실지에 따라 그 지점이 달라지기도 해요.

싱글 오리진과 블렌드

싱글 오리진은 한 나라, 한 지역, 한 농장처럼 한 곳에서 온 원두만 쓴 커피예요. 그 원두만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좋아요. 구피스탠스의 구지 사키소가 싱글 오리진이에요.

블렌드는 서로 다른 원두를 정해진 비율로 섞은 커피예요. 요리할 때 재료를 섞어 한 가지 맛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블렌드를 왜 할까요?

· 균형 — 한 원두로는 산미는 좋은데 단맛이나 바디감이 아쉬울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원두를 섞어 빈 곳을 채우고, 한 잔 안에서 맛의 균형을 맞춰요.

· 늘 같은 맛 — 커피는 농산물이라 해마다, 수확 시기마다 맛이 달라지고 어떤 원두는 금방 떨어져요. 블렌드는 구성 원두를 조금씩 바꾸고 비율을 조절해서 1년 내내 비슷한 맛을 지켜요. 매일 찾는 손님에게 '늘 마시던 그 맛'을 드릴 수 있죠.

· 메뉴에 맞추기 —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진하게 추출하고, 우유와 섞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메리카노와 라떼 모두에서 맛있도록 블렌드를 따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요.

· 새로운 맛 만들기 — 섞어서 어느 한 원두만으로는 나오지 않는 맛을 만들기도 해요.

블렌드는 생두 상태로 섞어서 함께 볶기도 하고, 원두마다 잘 맞는 정도로 따로 볶은 뒤 섞기도 해요. 구피스탠스의 카라멜로 블렌드는 에티오피아 원두 세 가지를 섞은 에스프레소용 블렌드예요. 아메리카노와 라떼 모두에서 맛있도록 쓰고 있어요.

04맛을 보는 법

커핑은 커피의 맛을 보는 시험이에요

커핑(Cupping)은 생두를 사고팔거나 로스팅을 확인할 때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방법이에요. 누가 어디서 하든 같은 조건에서 맛보도록 방법이 정해져 있어서, 맛의 차이는 오직 원두에서 오게 돼요.

· 원두를 정해진 양만큼 굵게 갈아 컵에 담고, 먼저 마른 가루의 향을 맡아요.

· 뜨거운 물을 붓고 4분쯤 기다리면 위에 가루가 덮개처럼 떠요. 이걸 스푼으로 깨면서 올라오는 향을 맡아요.

· 떠 있는 가루를 걷어 낸 뒤, 스푼으로 떠서 '후루룩' 세게 들이마셔요. 커피가 입안 전체에 퍼지고 향이 코 뒤쪽까지 올라가야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서예요.

· 뜨거울 때부터 식을 때까지 여러 번 맛보며 향, 산미, 단맛, 바디감, 여운, 균형을 하나씩 평가해요.

스페셜티커피협회(SCA)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러요. 이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큐 그레이더(Q Grader)'라고 해요.

맛 노트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원두에 적힌 살구, 꿀, 초콜릿 같은 맛 노트는 넣은 맛이 아니에요. 커피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향 성분이 들어 있고, 그중에는 과일이나 꽃, 견과류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성분도 있어요.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때 익숙한 음식이 떠오르는 거예요.

우리가 '맛'이라고 느끼는 것의 많은 부분은 사실 코로 맡는 '향'이에요. 혀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 정도만 구별하고, 살구나 홍차 같은 느낌은 마실 때 목 뒤에서 코로 올라가는 향으로 느껴요. 코를 막고 마시면 맛이 확 줄어드는 이유예요.

로스터나 커퍼가 커핑을 하면서 떠오르는 향과 맛을 익숙한 음식에 빗대어 적은 게 맛 노트예요. 서로 같은 말을 쓰도록 '커피 테이스터스 플레이버 휠'이라는 맛 표현 지도도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도 맛 노트는 정답이 아니라 힌트예요. 사람마다 먹어 온 음식과 기억이 달라서, 같은 커피에서 누구는 살구를, 누구는 복숭아를 떠올릴 수 있어요. 온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따뜻할 때와 식었을 때 천천히 마셔 보면서 나만의 맛을 찾아보세요.

스페셜티 커피는 왜 비쌀까요?

스페셜티 커피는 커핑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예요. 이 점수를 받기까지 손이 아주 많이 가요.

· 손으로 골라 따기 — 잘 익은 열매만 골라 따려면 같은 나무를 여러 번 돌며 손으로 따야 해요. 기계로 한 번에 훑어 따는 것보다 시간과 사람이 훨씬 많이 들어요.

· 따로 관리하기 — 랏을 섞지 않고 따로 가공하고 말리고 보관해요. 양은 적어지고 관리는 복잡해져요.

· 적은 양 — 높은 산지, 까다로운 품종, 정성 들인 가공을 거친 커피는 처음부터 생산량이 적어요.

· 농부에게 정당한 값 — 일반 커피는 국제 시장 가격에 따라 값이 크게 오르내리고, 때로는 농부가 들인 비용보다 낮게 팔리기도 해요. 스페셜티 커피는 품질에 맞는 값을 주고 농장과 직접 거래하거나 경매로 사고팔아요. 그래야 농부가 다음 해에도 좋은 커피를 기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에는 맛뿐 아니라, 그 커피를 기르고 고른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 있어요.

05마시는 법

에스프레소와 드립은 뭐가 달라요?

둘 다 원두에서 커피를 뽑아내는 방법인데, 물이 커피를 지나가는 방식이 달라요.

· 에스프레소 — 곱게 간 원두를 꾹 다져 담고, 기계로 뜨거운 물을 높은 압력으로 밀어 넣어 25~30초 만에 짧고 진하게 뽑아요. 위에 뜨는 갈색 거품이 '크레마'예요. 진하고 묵직해서 물을 타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넣으면 라떼가 돼요.

· 드립(핸드드립) — 조금 굵게 간 원두를 종이 필터에 담고, 물을 천천히 부어 무게로 자연스럽게 내려요. 2~4분쯤 걸려요. 종이 필터가 커피의 기름 성분을 걸러 줘서 맛이 깔끔하고, 원두가 가진 섬세한 향을 느끼기 좋아요.

그래서 같은 원두라도 에스프레소로 마실 때와 드립으로 마실 때 맛이 다르게 느껴져요. 구피스탠스에서는 드립에는 매장에서 직접 볶은 싱글 오리진을, 에스프레소 메뉴에는 카라멜로 블렌드를 써요.

카페인,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 에스프레소 vs 드립 — 에스프레소는 진해서 카페인이 많을 것 같지만, 양이 적어요. 한 잔 기준으로는 보통 드립커피 한 잔에 카페인이 더 많이 들어 있어요.

· 진하게 볶으면 카페인이 많다? — 아니에요. 로스팅 정도에 따른 카페인 차이는 크지 않아요. 쓴맛이 강하다고 카페인이 많은 건 아니에요.

· 종에 따라 —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약 두 배 많아요. 구피스탠스의 원두는 모두 아라비카예요.

· 디카페인 — 카페인을 97% 이상 빼지만 아주 조금은 남아 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를 400mg 이하로 권하고 있어요.

06커피의 미래

기후 위기, 커피가 위험해요

아라비카는 서늘한 고지대에서만 잘 자라는 까다로운 나무예요. 그래서 지구가 더워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작물 중 하나예요.

· 기를 수 있는 땅이 줄어요 — 연구에 따르면 2050년쯤에는 지금 아라비카를 기르기 좋은 땅의 절반 정도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될 수 있어요. 커피를 기를 수 있는 높이도 평균 300m 넘게 올라갈 거라고 해요. 농부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산은 끝이 있어요.

· 열매가 고르게 익지 않아요 — 더우면 열매가 너무 빨리 익어 맛이 덜 쌓이고, 비가 오는 때가 불규칙해지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리듬이 흐트러져요.

· 병과 벌레가 올라와요 — 녹병이나 열매를 파먹는 벌레가 예전엔 닿지 않던 높은 곳까지 퍼지고 있어요.

· 야생 커피가 사라지고 있어요 — 전 세계 야생 커피 종의 약 60%가 기후 변화, 숲 파괴, 병 때문에 멸종 위기에 있어요. 에티오피아 숲의 야생 아라비카도 포함돼요. 야생 커피는 병과 더위에 강한 새 품종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도서관'이라 더 중요해요.

커피를 지키려는 노력들

· 새로운 품종 — 더위와 병에 강하면서 맛도 좋은 품종을 만드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 잊혔던 커피 종 — 서아프리카의 야생 커피 '스테노필라(Stenophylla)'는 아라비카보다 평균 기온이 6℃ 넘게 높은 곳에서도 자라는데, 맛은 아라비카와 비슷하다는 연구가 2021년에 나왔어요. 앞에서 소개한 리베리카도 같은 이유로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 그늘 속에서 기르기 —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커피를 기르면 땅과 나무가 덜 뜨거워지고 숲도 지킬 수 있어요. 에티오피아 숲 커피가 원래 자라 온 방식이에요.

· 농부가 계속 기를 수 있게 — 좋은 커피에 정당한 값을 주는 거래는 농부가 기후 변화에 대비할 여유를 만들어 줘요.

오늘 마시는 한 잔이 앞으로도 이어지려면, 커피가 자라는 땅과 그 땅을 가꾸는 사람들을 함께 생각해야 해요.

Stories · 구피스탠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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